독서(Reading)/오늘의 책(Today's book)

이창호의 부득탐승(不得貪勝)

Chann._.y 2025.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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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5년 10월 추석 연휴에 이창호 선생님의 『부득탐승』을 읽었다.
조훈현 선생님의 『고수의 생각법』을 정리한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독서였다.

바둑을 좋아하다 보니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선생님의 글에 꾸준히 관심을 갖게 된다. 『부득탐승』은 2015~2017년 군 복무 시절, 바둑을 처음 배우며 여러 번 읽었던 책이다. 언젠가 한 번은 정리해두고 싶다고 생각해왔고, 이번에 그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아래는 『이창호의 부득탐승』을 읽으며 정리한 내용이다.

출처: 교보문고

지금 이기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흐름을 망치지는 말자.

이창호의 부득탐승: 이기려 들수록 멀어지는 것들에 대하여

— 이창호가 말하는 승부의 태도

이창호

“승리를 탐하면 얻지 못한다.”

위기십결 가운데 가장 역설적으로 들리는 말이 바로 부득탐승(不得貪勝)이다.
이 말은 단순한 겸손의 교훈이 아니라, 승부 세계에서 수없이 검증된 태도의 문제다.
이창호는 이 문장을 도덕적 훈계가 아니라 실전에서 살아남기 위한 원리로 다룬다.


1. 승리를 의식하는 순간, 판단은 흐려진다

이창호는 승부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을 “이기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우세를 의식하는 즉시, 마음은 바둑판이 아니라 결과로 향한다.

  • 마무리를 서두르고 싶어진다
  • 상대의 반격을 과소평가한다
  • 안전보다 욕심을 택한다
  • 한 수로 끝내고 싶어진다

이때부터 수읽기는 짧아지고, 감각은 둔해진다.
자신도 모르게 ‘이길 수 있는 길’이 아니라 ‘빨리 이기는 길’을 고르게 된다.

(이 대목은 승부뿐 아니라 일과 관계에서도 자주 반복된다. 성과를 의식하는 순간 판단이 조급해진다.)


2. 부득탐승은 소극이 아니라 절제다

부득탐승은 “이기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이기려고 들지 말라”는 말에 가깝다.

이창호는 다음과 같은 태도를 반복해서 강조한다.

  • 우세할수록 처음의 평정심을 유지할 것
  • 유혹이 와도 자신의 흐름을 지킬 것
  • 상대의 도발에 반응하지 말 것
  • 마무리를 서두르지 말 것

여기서 핵심은 절제다.
욕망을 누르는 힘, 즉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이 승부를 결정한다.

(승부에서의 절제는 감정을 억누르는 기술이 아니라, 판단의 기준을 끝까지 유지하는 태도다.)


3. 이길 수 있을 때 더 어려워지는 이유

이창호는 “우세를 유지하는 것이 선두를 잡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 유혹이 많아진다
  • 방심이 생긴다
  • 작은 이익을 크게 보게 된다
  • 스스로 만든 흐름을 스스로 깨뜨리게 된다

특히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 때, 균열은 시작된다.

승부의 아이러니는 여기 있다.
불리할 때는 집중하지만, 유리할 때는 흐트러진다.

(그래서 부득탐승은 패배를 막는 말이 아니라, 승리를 지키는 말에 가깝다.)


4. 버림의 미학과 부득탐승

이창호는 반복해서 ‘버림’을 강조한다.

  • 작은 이익을 버려 큰 흐름을 지킨다
  • 집착을 버려 전체를 본다
  • 당장의 만족을 버려 안정된 형세를 택한다

부득탐승은 이 버림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무언가를 더 얻으려는 순간, 이미 잃기 시작한다.

자연은 비워야 채워진다.
그 이치를 알면서도 사람은 자꾸 쥐려 한다.

(부득탐승은 기술이 아니라 욕심을 다루는 훈련이다.)


5. 위기십결의 첫머리에 놓인 이유

위기십결에서 부득탐승은 가장 앞에 놓여 있다.
이는 다른 아홉 가지 원칙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 느긋함도
  • 버림도
  • 균형도
  • 조화도

모두 욕심을 내려놓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이창호가 말하는 승부의 핵심은 화려한 수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태도다.
그 태도의 출발점이 바로 “이기려 들지 않는 마음”이다.


6. 삶으로 옮기면 남는 문장

부득탐승은 바둑을 넘어 삶 전체에 적용된다.

  •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을수록 실수가 잦아진다
  • 인정받고 싶을수록 판단이 흔들린다
  •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클수록 관계는 거칠어진다

(삶에서도 승리를 탐하는 순간, 방향을 잃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말은 역설적으로 이렇게 들린다.

“지금 이기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흐름을 망치지는 말자.”


마무리: 이기지 않으려는 사람이 오래 간다

이창호의 바둑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부득탐승은 패배를 미화하는 말이 아니라,
승부를 오래 지속하기 위한 태도다.

  • 욕심을 알아차릴 줄 아는 사람
  • 유리할수록 조심할 줄 아는 사람
  • 이기는 순간에도 스스로를 경계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다.

(이기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오히려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역설. 그것이 부득탐승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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