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10주차.
이번 주에는 아기의 배냇머리를 처음 잘랐다. 일요일에 가족들을 만나러 갔더니 아기 백일을 축하하는 풍선도 붙어 있었다. 중간에는 누수 메모를 받고 보험을 알아보느라 머리가 아팠지만, 친구들도 만나고 수영과 러닝도 했다.
집에 놀러 온 친구, 시흥집에서 지낸 밤
10월 5일 월요일에는 아내의 절친이 집에 놀러 왔다. 점심에는 엽떡에 치즈만두를 추가해 먹었다. 엽떡은 정기적으로 먹어줘야 하는데 한 번 먹었으니 당분간 쿨타임을 돌려야겠다. 친구가 아기를 엄청 예뻐해줘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아내와 친구가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나는 아기와 집을 지켰다. 저녁 7시쯤 러닝을 다녀왔는데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아 바둑을 뒀다.
화요일에는 저녁에 시흥집에서 제사가 있어 낮 동안 아기를 돌봤다. 틈틈이 바둑을 둬서 cosumi Level 2까지 이겼다. 한숨 잔 뒤 7시쯤 시흥으로 향했다. 육아휴직 동안 살을 뺀 것도 부모님께 자랑했다. 전날 두 분이 먼 길을 다녀오셔서 제사를 쉬실 줄 알았는데, 아버지가 지내고 싶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탐탁지 않아 하셨지만 아버지는 애써 웃으며 제기를 닦고 상을 준비하셨다. 전은 없어도 산적과 나물, 떡, 과일, 탕국, 밥이 올라간 상이 무척 푸짐했다.
식사를 하며 인생과 가치관 같은 여러 얘기를 나눴다. 부모님이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주셨다. 지나고 보면 싸주신다고 할 때 마다하지 않고 가져오는 게 항상 옳은 것 같다. 오랜만에 어두운 길을 운전해 돌아오니 야간 드라이브가 상쾌했다.
수영 다녀와서 본 누수 메모
수요일에는 11시에 수영을 갔다. 한 팔 접영을 배웠고 배영과 평영 자세도 지적받아 열심히 고치려고 했다. 집에 돌아오니 문에 아랫집 누수 관련 메모가 붙어 있었다. 점심에는 아내 친구가 놀러 와 식사를 대접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도 나름 육아 선배라고 조금 거들며 훈수도 뒀는데 기분 좋게 받아줬다.
점심 뒤 아랫집에 두세 번 노크했지만 답이 없어 답문을 써서 붙여뒀다. 오후 4시에는 아내, 아기와 산책했다. 집에 돌아온 아내는 ‘이불 밖은 위험해’ 모드로 침대에서 행복하게 쉬다가 요가를 갔다. 그런데 택배 상자를 여니 음식물 냄새가 났다. 부대찌개가 터져 국물이 다 새어 있었다. 고객센터 운영 시간이 지나 사진과 메시지를 남겼다. 하루가 참 고돼서 아내를 안고 쉬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아내가 아기를 돌봐줘서 조금 더 쉴 수 있었다. 9시쯤 아랫집 분과 관리사무소장님이 찾아와 배수관이 오래돼 교체해야 한다고 하셨다. 직접 아래층에 내려가 누수 부위를 봤지만 원인을 확정할 수는 없었다. 혹시 몰라 보험을 다시 확인하고 관련 보장도 알아봤다. 책상 앞에 거의 6시간을 앉아 있었더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 와중에 점심으로 아내가 해준 비빔밥과 시흥집에서 가져온 산적을 먹었다. 제사 다음 날 비빔밥에 산적은 꿀맛이다. 저녁에는 러닝으로 머리를 식혔다. 전날 국물이 샜던 음식도 모두 환불받았다. 복잡다난한 하루였지만 그날은 편안하게 잠들고 싶었다.
한글날, 아기 배냇머리를 잘랐다
금요일은 한글날이라 수영 강습 대신 오전 9시 반부터 10시 40분쯤까지 자유수영을 했다. 돌아오니 아내와 아기가 코 자고 있었다. 집안일을 하며 둘이 일어나길 기다렸다가, 고민하던 아기의 배냇머리를 오늘 자르기로 했다. 아기 미용실에 전화했더니 12시 20분까지 오라고 해서 바로 유모차를 끌고 나갔다.
10분도 안 돼 머리를 다 잘랐다. 아기는 울지 않고 얌전히 있었다. 미용사분도 순하다고 하셨다. 빡빡이가 된 아기는 꼭 동자승 같았다. 민머리로 옹알이하는데 얼마나 귀엽던지. 아기는 그냥 예쁘다.
날이 좋아 더 걸었다. 버거킹 음식을 포장해 잔디광장에서 먹으려 했는데 근처에서 축제를 하는 바람에 사람이 엄청 많고 소리도 컸다. 아내는 공차를, 나는 버거킹을 사서 중앙공원에서 겨우 만나 벤치에 앉았다. 날이 좋기만 한 줄 알았는데 꽤 더웠다. 그때 아내가 예전에 함께 일했던 선생님 가족을 알아봐서 반갑게 인사했다.
저녁에 아기를 목욕시킬 때는 머리를 자르고 나니 두피 상태가 더 잘 보였다. 살살 닦아주고 다음에 마저 보기로 했다. 아내가 늦게 돌아왔을 때 둘 다 배가 고파서, 금요일에 먹기로 했던 마라탕을 시켜 먹으며 《기안장》도 다 봤다.
친구들과 장어 먹으러 파주로
토요일에는 친구 둘을 만나 파주로 갔다. 약속 시간이 11시에서 10시 반으로 바뀌었는데 친구들이 10분 늦는다기에 지하철에서 바둑을 켰다. 한 판 끝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다 두기 전에 도착했다. 친구가 새로 산 차를 타고 파주 장어집으로 향했다.
거의 오픈 시간에 도착했는데도 웨이팅 두 번째였다. 장어를 한 마리 반 시켰다가 부족해서 반 마리를 더했다. 총 2kg을 먹었다. 운전해준 친구 몫까지 다른 친구와 내가 반씩 냈다. 장어를 다 먹고는 뷰가 좋은 카페에 가서 당근케이크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결혼, 육아, 투자 등 늘 하던 이야기를 나눴다.
4시쯤 돌아가는 길에는 차가 막혀 한 시간 남짓 걸렸다. 친구 일정이 있어 다른 친구와 나는 당산에서 내렸다. 집에 도착한 건 6시에서 6시 10분쯤. 아내와 저녁을 먹고 좋은 밤을 보냈다.
거실 벽에 붙어 있던 백일 축하 풍선
일요일에는 누님네로 가족들을 만나러 갔다. 11시 약속이라 미리 나가 케이크를 사갔다. 도착하니 언니네 두 아이가 반겨줬고, 출근하신 줄 알았던 형님도 계셨다. 거실 벽에는 아기 백일을 축하하는 풍선이 떡하니 붙어 있었다. 두 아이가 열심히 꾸몄다고 했다. 얼마나 기특하고 예쁜지 뽀뽀해주고 싶었다.
아내의 친척 동생도 도착해서 함께 근황을 나눴다. 점심에는 언니가 만든 수육과 형님이 끓인 콩나물국으로 거하게 먹었다. 아기를 잠시 재워두고 나는 아이들과 공놀이를 했다. 다른 분들은 내년에 있을 결혼 이야기로 한창이었다. 나는 이 모임에 가면 늘 아이들과 노는 포지션인데, 어린이들과 노는 게 전혀 힘들지 않고 재밌다.
나중에 친척 동생의 예비 남편도 합류했다. 오자마자 한 아이가 양말에 구멍이 났다고 말해 당황한 것 같았다. 질문도 많이 받았지만 금방 대화에 녹아들었다. 집이 좀 더웠는데, 아기가 추울까 봐 에어컨을 늦게 켠 데다 온도도 27도로 잘못 맞춰뒀기 때문이다. 아기가 배고파 액상분유를 먹이는데 잘 먹지 않아 아내, 나, 언니 순서로 먹여봤다. 언니 부부는 아기도 잘 재워주셨다. 역시 두 아이의 엄마 아빠, 경력직이 대단하다.
가려 하니 아이들이 계속 있으면 안 되냐며 저녁까지 먹고 가라고 했다. 언니 부부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아내는 눈빛으로 얼른 가자고 했다. 아쉬울 때 가야 다음이 있다는 걸 잘 안다. 아이들을 보니 어릴 적 내 생각이 났다. 친척이나 손님이 우리 집에 오면 가지 않길 바랐고, 운 적도 있으니까 그 마음이 얼추 이해됐다.
돌아가는 길에는 예비 남편의 차가 우리 차선 변경을 배려해줬다. 아내가 전화해 확인하니 맞았다. 한동안 같은 방향으로 가다가 서로 다른 길로 갈라졌다. 괜히 좀 더 같이 가길 바랐다. 이게 아이들이 느낀 아쉬움의 10%는 되려나…?
집에 와서는 남은 미역국에 간장계란밥, 무생채와 김을 먹었다. 소화시킨 뒤 25분 회복 러닝을 나갔다. 4.64km를 25분 19초에 뛰었는데 생각보다 페이스가 잘 나와 기분이 좋았다. 아내, 아기와 함께 오붓한 밤을 보냈다.
'삶과 기록 > 육아휴직·육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육아휴직 9주차, 안동에서 돌아와 수영을 시작했다 (0) | 2026.10.15 |
|---|---|
| 육아휴직 8주차, 아기의 백일과 안동에서 보낸 일주일 (0) | 2026.10.02 |
| 육아휴직 7주차, 아내 생일상과 아기 백일 (3) | 2026.09.24 |
| 육아휴직 6주차, 첫 백화점 나들이와 아내의 생일 준비 (0) | 2026.09.16 |
| 육아휴직 5주차, 한 달 100km 러닝과 아기의 첫 유모차 산책 (3) | 2026.09.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