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8주차, 아기의 백일과 안동에서 보낸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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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8주차.

아기를 데리고 처음으로 장거리 운전을 해서 안동에 다녀왔다. 아기가 딱 백일 되는 날도 안동에서 맞았고, 아내와 오랜만에 같이 뛰고, 나는 처음으로 10km를 달렸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다 보니 일주일이 금방 지나갔다.

아기와 첫 장거리 운전, 안동으로

9월 21일 월요일은 안동으로 내려가는 날이었다. 전날부터 짐을 열심히 챙겼고, 아침 9시에는 대여했던 백일상을 반납했다. 남은 짐까지 차에 싣고 출발! 아기가 중간중간 쉬어가야 해서 전날 운전 코스도 미리 짜뒀다. 덕평휴게소와 단양휴게소를 들르면 대략 3분의 1, 3분의 2 지점에서 쉴 수 있었다.

덕평휴게소에서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는데 아내가 갑자기 “야!” 하고 소리쳤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아내의 절친과 그 어머님, 아기도 거기 있었다. 이런 우연이 다 있나! 반갑게 인사하고 각자 수유를 마친 뒤 다시 길을 떠났다. 아기 트림도 잘 시켰다.

곧바로 안동까지 가도 아기가 안 깰 것 같았지만, 다음을 위한 데이터도 얻을 겸 단양휴게소에도 들렀다. 단양팔경이 절경이니 휴게소도 좋겠거니 했는데 막상 들른 곳은 두 평 남짓한 방이었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아쉬웠지만 좋은 데이터를 쌓았다고 생각했다. 기저귀만 갈고 다시 안동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장모님께서 삼계탕이랑 전, 나물, 무와 부추무침을 만들어두셨다. 허겁지겁 먹고 한숨 자다 일어나니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오셨다. 두 분이 아기를 엄청 예뻐해주셨다. 처남은 수요일 밤에 온다고 해서 그전까지 처남 방에서 자기로 했다.

아내와 정말 오랜만에 같이 뛰었다

화요일 아침에는 장모님께서 푸짐하게 아침상을 차려주셨다. 내가 계란말이를 좋아하는 걸 아셔서 해줄까 물으셨는데, 나는 원래 뭔가 부탁을 잘 못한다. 이번에는 큰맘 먹고 “해주시면 좋죠!”라고 답했다. 아내도 먹고 싶다고 해서 계란 다섯 개를 넣은 계란말이를 해주셨다. 장어에 소고기국, 나물까지 아주 거하게 먹었다.

저녁에는 장모님께 아기를 잠시 맡기고 아내와 강변으로 러닝을 나갔다. 임신 이후 같이 뛴 적이 없으니 거의 1년 만이었다. 아내의 산후조리런 1일차!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아서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함께 뛰면서 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었는데 엄청 행복했다. 지금 다시 영상을 봐도 아내가 너무 귀엽다. 30분 동안 3km를 움직였고, 아내는 피니시라인까지 열심히 뛰었다. 역시 승부욕이랑 끈기가 있다.

집에 오니 장모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샤워하고 《셜록 홈즈》를 보다가 피곤해서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파란 모자를 쓴 아기, 그리고 첫 10km

수요일 아침에는 아기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전날 받은 아기 병풍 안에서 파란 꼴뚜기 같은 모자를 쓰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엄청 귀여웠다. 장모님이 아기랑 정말 잘 놀아주시고 돌봐주셔서 감사했다. 나도 저렇게는 못 놀아주는데. 우리 엄마나 장모님 모두 참 사랑으로 우리를 키우셨겠구나 싶었다.

새로운 놀이기구도 꺼내봤다. 자이로드롬인지 세발 우주선인지 모를 모양인데, 아직 아기가 쓰기에는 위험해 보여서 일단 보류했다. 아내는 새벽에 아기를 보느라 피곤했는지 10시 반쯤 아기와 함께 잠들었다. 둘이 자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예쁘던지. 나는 장모님께 드릴 꽃을 찾으러 다녀왔다. 아내가 열심히 알아봐주고 내가 그중 꽃을 골랐는데, 장모님께서 예쁘다고 좋아하셨다. 조금 찔렸지만 나도 기분이 좋았다. 아내에게 고마웠다.

점심에는 돼지갈비와 조기, 소고기국, 나물을 먹었다. 나도 식곤증 때문인지 잠들었는데, 아내가 내 곁에 아기를 데려와도 잠결에 안기만 하고 돌아누웠다고 한다. 하하…. 오후에는 아기용품 매장에 들렀다. 쪽쪽이 건조기를 직접 보고 싶었는데 온라인이 더 저렴해서 구경만 하고 왔다. 관심 있던 유모차도 안동점에는 없었다. 집에 와서는 아기 병풍을 보며 아기랑 놀고, 다음 집을 위한 부동산도 알아봤다.

저녁에 장모님께 아기를 잠시 맡기고 아내와 코인 노래방에 갔다. 아내는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강변으로 러닝을 나갔다. 목표는 10km. 풍경이 그림 같아서 사람 없는 곳에서는 혼자 “안동 야호~!”를 외치며 뛰었다. 내 첫 10km를 낙동강 옆에서 뛰게 될 줄이야 :) 아내와 장모님이 걱정하지 않게 중간중간 사진도 보냈다. 딱 10km를 뛰고 나니 1시간 3분 55초가 걸렸다. 집에는 처남이 와 있었다. 아기를 정말 귀여워했다. 우리 집에서 잠시 같이 살기도 해서 처남이라기보다 동생처럼 친근하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잘 됐으면 좋겠다.

아내가 아기 사진으로 추석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너무 귀여워서 우리 가족 단체방에도 보냈다. 뿌듯했다 :)

한복 입어보고, 드디어 백일!

목요일 아침에는 다음 날 백일상을 앞두고 아기에게 한복을 미리 입혀봤다. 9월 25일이 딱 100일 되는 날이었다. 한복을 벗기자 피곤했는지 바로 잠들었다. 장모님은 아기를 안아주시고 처남은 또 신나게 놀아줬다. 나와 처남을 위해 토스트도 해주셨는데 신선하고 정말 맛있었다. 하나 더 먹고 싶었지만 배가 불러 참았다.

처남이 가족 생일 케이크를 찾으러 간다고 해서 차로 데려다줬다. 내가 안동 탈춤 축제를 안 가봤다고 하니 같이 둘러보자고 해서 후줄근한 차림으로 쭉 돌아봤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음식 부스에서 막창이랑 떡볶이, 핫도그를 샀다. 분명 장모님께 러닝하니 밥도 많이 안 먹게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바로 반례를 만들어버렸다. 그래도 저렴하고 맛있어서 싹싹 비웠다. 전통주도 있었지만 운전해야 해서 시음은 못 했다. 아쉽다.

금요일에는 아기의 백일상을 차리느라 아침부터 바빴다. 나는 주로 카메라와 구도를 잡았다. 사진이 엄청 만족스럽게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장모님께서 내가 입은 니트보다 흰 와이셔츠가 백일상에 더 잘 어울리겠다고 하셔서 처남의 셔츠까지 다려주셨다. 입고 보니 정말 잘 어울렸다. 역시 어른들의 눈썰미! 백일상에 있던 카스테라떡도 정말 맛있었다. 빵인지 떡인지 모를 만큼 쫀득하고 말랑말랑한 식감에 달달한 가루까지, 딱 내 스타일이었다.

오후에는 아내 친구가 놀러 와서 나와 장모님은 자리를 비켜줬다. 저녁에는 처남이 전날 찾아온 당근케이크로 장모님, 장인어른, 아내의 생일을 함께 축하했다. 나는 당근케이크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1순위로 꼽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케이크로 아기 백일 기념 사진도 한 번 더 찍었다 :)

포항에서 둘이 데이트하고, 스페이스워크에 올랐다

토요일에는 아기를 장모님께 잠시 맡기고 아내와 포항으로 향했다. 대구, 경주, 포항 중 어디 갈지 한참 고민했는데 사람이 많은 곳은 싫어서 일단 단골 물회집으로 갔다. 가는 길에 달갑지 않은 대화가 나와서 나는 입을 꾹 닫았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내가 배시시 웃으며 손을 잡았다. 말을 안 할 수가 없어서 나도 사르르 풀렸다.

물회집은 웨이팅이 길어서 대기 등록을 하고 바다를 보러 갔다. 슬리퍼를 신은 아내는 바닷물에 발을 담갔고, 운동화를 신은 나는 옆에서 물수제비를 던졌다. 예전에 왔을 때는 매운탕 국물이 더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물회 국물까지 다 먹었다. 물회가 정말정말정말 맛있었다. 러닝하면서 입맛이 변했나?

식후에는 지나갈 때마다 궁금했던 커피공장 겸 빵공장 카페에 들렀다. 바다 뷰는 좋았지만 커피랑 빵은 둘 다 so so. 그래도 궁금증을 해소했으니 됐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게 지뢰인지 양식장인지 바닷길 표시인지 얘기하다가 스페이스워크로 향했다.

주차장을 두세 바퀴 돌고 겨우 자리를 잡았다. 스페이스워크는 밖에서 볼 땐 안 무서웠는데 막상 올라가니 계속 흔들려서 아내와 두 번 도전하고 두 번 다 내려왔다. 설명을 읽고 나는 혼자 한 번 더 도전했다. 우주에서 유영하는 느낌을 내도록 만든 거라니 한번 믿고 가보자 싶었다. 아래를 안 보니 덜 무서워졌고, 이번에는 끝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 내려오는 모습까지 찍은 영상이 4분 20초 정도였다. 땀이 흥건했지만 성취감이 컸다. 아내도 대단하다고 해줘서 더 뿌듯했다.

안동으로 돌아오니 아기는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저녁에는 둘이 다시 나가 아기 백일 기념 로또 다섯 장을 사고 코인 노래방에서 40분 놀았다. 아내는 집으로, 나는 강변으로 러닝을 갔다. 딱 30분에 5.30km를 뛰었다. 밤에는 바둑 방송을 보다가 대학 동문전이 나오길래 다시 바둑에 흥미가 생겼다. 열심히 두니 cosumi도 이겼다 :)

가족들과 카페에 가고 월영교도 걸었다

일요일에는 느즈막이 일어나 전과 LA갈비, 배추국으로 점심을 든든히 먹었다. 오후에는 장모님, 장인어른, 처남까지 여섯 식구가 차 두 대에 나눠 타고 카페에 갔다. 사람이 많아 자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명당 자리를 발견해서 바로 잡았다.

그때 처남이 아기한테 똥냄새가 난다고 했다. 확인해보니 정말 많이 싸놨다. 차가 경사진 곳에 서 있어서 장인어른 차 뒷좌석에서 물티슈와 패드를 꺼내 기저귀를 갈았다. 물이 없으면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수월했다. 우리 부부 육아 스킬이 또 하나 늘었다! 자리로 돌아와 풍경이랑 커피, 빵을 즐기고 아기에게 분유도 먹였다. 옆에 있던 15개월 아기와 인사도 했다.

우리 셋은 월영교로 갔다. 처남이 다음 날 대구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아기가 외삼촌 옆에서 워낙 잘 웃어서 아쉽다가도 처남이 잘 지내길 바라니 기뻤다. 다리를 걷다 은행이 떨어져 있는 걸 보고 왔던 길로 돌아가려는데, 옆에서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놓치기 싫어 영상이랑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차에 돌아오니 아내와 나 둘 다 녹초였다. 습하고 더워서 그랬나 보다. 집에 와서는 아기를 돌보고 편안하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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